끝을 위한 휴식
May 2 2011, 5:39 PM
여행의 마무리를 일부러 준비하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Buenos Aires시 에서 끝내려던 계획을 바꿨다. 도시 근처 농장 (Estancia)에 가서 마지막 이틀밤을 지내고 오자. 난 벌써 대도시 3주차에 지쳐있던 것 이었다.
급하게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고 근처 농장 마을들의 정보를 얻고 한 곳을 선정했다. 너무 화려한 곳은 피하고 적당히 운치 있으면서 예약할 때 미리 송금할 필요 없는 곳. Los Dos Vagones. '두 개의 waggon이라.. 그렇다면 다른 손님은 한 팀 밖에 없겠군. 너무 심심하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겠어.'
스카이프로 전화를 했다. '앗, 이제 전화하는게 전처럼 떨리거나 두렵지 않네? 쳇, 그래도 한국가서 한 달이면 스페인어 다 까먹겠지;;'. 당연히 가격이 싸지 않지만 내 여행 마지막 사치라고 생각했다. 한국인 민박에서 마지막을 보내긴 싫었다.
주인 Miriam은 약사. 일주일에 한 번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시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가끔 약국에서도 일한다. 하지만 4년 전 부터는 이 곳에 농장과 집을 짓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 곳에서 제 여행을 마무리하려고 왔어요."
시간마다 변하는 늦가을의 풍경과 편리하면서도 편안했던 농장집. 오길 정말 잘 했다. 이 곳에서 아르헨티나와 이별을 하게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박3일 동안 천국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나 이제 정말 집으로 가는거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좋은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닌 아주 묘한 기분이다. 공항에 가면 다를까? 아니면 한국가서도 적응하는데 한참 걸릴까? 어...생각해보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은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