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시작

※ 귀찮아서 사진 막 올려서 로딩하는데 오래 걸리겠네요(한국에선 모르겠네?ㅎㅎ)

기대도 많았고 긴장도 많이 했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고 낭만적이라고 해서 기대했고, 오랜만에 거대한 도시에 머물게 되서 긴장도 했다. 아무래도 2주 이상 머물게 될 것 같아 숙소를 신중하게 고르고 싶었다. 우수아이아에서 만난 부부가 자기 집에서 머물게 해 준다고 했으나 지금 자동차 여행 중이라 앞으로 3-4주 후에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도착할테고, 한국인 숙소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가기 싫고... 남은건 Salta 에서 만난 민환씨가 소개해준 히피호스텔. 하지만 주소도 모르고 위치도 모르겠다. 민환씨가 대략 가는 방법을 알려줬지만 터미널에 도착해 바로 길을 찾기엔 이 큰 도시에서 너무나 부담되는 일. 결국 난 한국인 민박집으로 갔다. 처음엔 침대가 다 차서 마루바닥에서 이틀을 잤다. 싼 가격과 일반 호스텔이 아닌 가정집이란게 매력적이다. 물론 지금까지 내가 지내봤던 일본인 숙소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 곳들은 내 여행 최고의 장소 중에 하나였으니까.

비겁한 것일까 아니면 내 성격의 문제일까
난 복잡하다. 나와 다르거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과도 아주 잘 지낼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한 번 싫어하면 생각만해도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번 여행 중에는 단 한 번도 한국인 숙소를 가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현지인 친구들을 사귀는게 더 좋았고 여행자도 주로 남미여행자들과 함께했다. 남미까지 와서 한국사람들과 방에서 술마시면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결국 난 일주일동안 속만 태우다 내일 숙소를 옮긴다(민환씨가 알려준 숙소를 오늘 우연히 찾았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El Ateneo (오페라 하우스를 개조해서 만든) 나에겐 아래 중고서적 거리를 돌아다니는게 더 좋다...

뭐가 싫은지 잘 모르겠다. 전에 여행하면서 경계하는 듯의 느낌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와 맞는 스타일의 여행자가 없어서 그런건지... 그리고 이런 이유들을 떠나서 내 여행의 마지막을 마치 한국에서 엠티 온 것 처럼 지내기 싫었다. 나름대로의 추억도 있을테도 낭만도 있겠지만 나에겐 아니다. 이게 내 결론이다. 비겁하다고 해도 할 말 없고 성격이 고약하다고 해도 할 말 없다. 지금까지, 특히 아르헨티나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공을 많이 들였고 오래 있었고 내가 생각해도 추억이 참 많았다. 그냥... 마무리를 좋게 이어가고 싶을 뿐이다.

* 지하철 A선은 가장 오래됐고, 나무로 만들었고 수동으로 문을 열어야 하는... 너무 매력적이다!

'그래, 여행을 했다고 모든게 변하는건 아냐. 어쩔수 없이 가지고 살면서 극복해 나가야 할 것들도 있다고... 난 아직도 한국사람들이 싫은가봐...일주일 동안 정말 힘들었다... 물론 내 욕심이 큰 것도 문제였겠지만.'

* 토요일에 간 알베아르 광장과 레꼴레따 묘지. Punta Arenas 의 묘지를 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나오지만 여긴 아니다...;;

* 5월 광장의 어머니들과 주변 풍경들...

이번 주는 그냥 맛 보기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일반적인 여행자들이 거니는 곳은 지나치게 관광화 된 곳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낭만이 있다. 여행자의 오감을 모두 만족시켜줄 도시임엔 분명하다. 그리고 당연히 떠날 때 까지 이 거대한 도시가 가진 것의 극히 일부만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이번 주는 그저 맛 보기 수준에 불과했다.

* 콜롬비아의 슬픈 역사와 맞물린 한 예술가의 작업을 따라간 다큐멘터리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바로 이 영화!!

왜냐면 BAFICI 영화제가 진행 중이어서 하루에 영화를 두세편씩 봤고 거기에 맞춰 맛보기 관광만 했을 뿐이다. 영화들을 보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간접체험들을 했고 앞으로 내 삶에 도움이 될 만한 자극들도 많아서 매우 보람있었다.

* 산뗄모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Bar. 영화 해피투게더 때문에 갔지만 실망만 하고 돌아왔다. 너무 비싸고 사람도 없고...(역시 현지인들이 가는 곳에 가야해!). 가장 슬펐던건 계산을 하고 나오자 멋지게 노래를 불렀던 아주머니와 감동적인 연주를 했던 아저씨가 씨디를 들고 사라고 했던 것... 너무 슬프다, 그냥... 이런 곳이 싫어!

남은 여행은?
오랜만에 혼자 지낸다. 그리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누구를 만나게 될지 조금은 설레이는 호스텔로 옮긴다. 집에 갈 때까지 내가 보고 싶은 문화공연을 보면서 길거리에서 음악과 탱고 그리고 이 도시가 가진 매력에 빠지고 싶다. 관광객들의 발길만 받는 곳이 아닌 현지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다. 언제나 그랬듯, 혼자... 또 다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보자.

* 일요일의 San Telmo (숙소를 옮겨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보낼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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