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없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많았고 변한 내 모습을 느끼면서 행복했는데 완벽한 탈바꿈은 아니었다. 한 달 넘게 동행자와 함께 하면서 오래된 내 친구 말대로 간장 종지만도 못한 내 속을 보게 된다. 물론 그것에 상처받거나 실망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어떻게 몇 개월만에 변하겠는가? 아니면 나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싶은지 모를지도 모른다. 분명한건 아직도 나는 내가 가진 편견과 가치관에 사로잡혀 사람을 판단하고 그대로 상대한다는 것이다.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더 이상 깊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 더 단순하고 길게 바라보면서 편안하게 그 흐름에 맡기기로 했다.

* Villarrica 와 그 주변 마을, Chile.
* Valdivia 와 그 주변 섬마을, Chile.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칠레, 아르헨티나 남부쪽으로 오면서 살벌한 물가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건 사람들과의 추억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행자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다. 그저 비싼 관광지이고 차갑게 느껴지는 현지사람들 속에서 일부러라도 추억을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옆에 친구가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만약 나 혼자였더라면 또 불필요한 고민을 하며 적응을 못하고 방황했겠지만 이제 그런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답이 없는 고민의 반복은 내가 가장 고치고 싶은 습관이기 때문이다. 그래, 너무 이야기에 매달리지 말자. 이미 알고 있듯이 여행에도 주기가 있고 한 없이 단순한 나날이 반복되기도 하니까. 이미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수 많은 추억들,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자.

* Furtono, Chile. Valdivia에서 버스타고 찾아간 조용한 마을.

칠레, 칠레, 칠레
아르헨티나 북부에 미친듯이 빠지면서 칠레는 내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칠레에 도착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역시 칠레도 아르헨티나처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보지 못한 페루 국경 근처의 북부도 가 보고 싶었고,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거나 내가 좋아할만한 마을을 찾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 할 수 밖에 없다. 그냥......돈이 없으니까. 우리나라에 있는 듯한 익숙한 풍경과 비슷한 기질의 사람들 그리고 내 입맛에 너무 잘 맞는 음식들. 비록 거의 슬랭같은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칠레의 스페인어는 다른 라틴사람들도 못 알아듣기도 한다니-.-;) 지나칠정도로 여유롭거나 세련된 사람들보다 오히려 정이 갔다. 그리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여인들!! 그래도 여기가 서울인지 미국인지 구분 안가는 시스템과 비싼 물가(사실, 지금 아르헨티나의 물가도 칠레에 접근하고 있지만;;)는 오래 머물기에 힘든 장벽이었다. 그냥, 전부 맘에 드는건 아니지만 아르헨티나에 더 집중하고 귀국 후 살게될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싶다. (아직 칠레여행이 끝난건 아니다)

* San Martin de los Andes, Argentina. 이렇게 비싸고 고급숙소만 있는 곳인줄 몰랐..

* s.c de Bariloche, Argentina. 아르헨티나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 예상대로 그냥 딱 이쁜 풍경만 있는 곳. 그래도 비수기라 나름 조용해서 괜찮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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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식을 뉴스에서 보고 일본 친구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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