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차갑고 불편한 나날이 계속될까?

화려한 휴양지 도시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골목길과 집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전 글에 있던 가정집 숙소는 특히 더 그랬다. 아침 일찍 일어난다면 어시장에 가서 신선한 생선들을 살 수 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질 좋은 채소들과 먹거리들을 사서 요리해 먹는 즐거움. 여름의 끝자락을 더 뜨겁게 달구는 문화 공연들. 그리고 유쾌하면서 친절한 사람들. 이렇게 일곱 밤을 보내고 난 떠났다.

고맙게도 떠날 때 서로의 기억을 위한 선물을 주신 우리 부모님 연배의 부부 여행자, 30년 동안 일본에서 살았지만 어머니의 피를 따라 4개월 전에 칠레로 와서 살고 있는,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면서 우리와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던 세바스띠안(츠바사), 잠시 스쳐 지나갔던 많은 친구들. 떠나는 버스 안에서 멀리 보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난 계속 중얼거렸다. '안녕, 비냐 델 마르. 너무 아쉽구나...'

* 8일동안 머물렀던 숙소 근처..

* 이슬라 네그라 (파블로 네루다 생가, 박물관)

콜롬비아 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칠레, 더군다나 정감있는 사람들이 많아 아르헨티나처럼 구석 구석 돌아 다니고 싶었지만 남은 돈이 얼마 없어서 중간에 가고 싶었던 마을들을 모두 포기하고 쭉 내려왔다. 호수들이 있고 독일, 스위스 같은 마을. 갑자기 비싸진 물가는 둘째치고 난 왜 여기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냥 차갑다. 거리에서 느껴지는 바람도, 사람들의 시선과 대화도. 파타고니아가 코 앞인데 거기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아.. 실수인가? 남부로 내려오기 전에 위쪽에서 더 지냈어야 했을까...?'.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마을은 그저 관광 시스템이고 사람들도 차갑다면 난 오래 머물 수 없다.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지만... 세상의 끝에 가서 등대에 올라가야 한다. 그때까지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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