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보석 Catamarca - Belén, Londres, Shincal

Fiambala에서 Belén으로 가는 직행 버스가 없어서 Alpasinche라는 교차로에 내렸다. 오후 4시에 Belén으로 가는 버스가 지나가니 잡아 타야 한다. 그런데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오랜만에 아이폰 게임 Angry Birds를 하다가 불붙어서 그만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손을 흔들지 않으면 아예 서지도 않는줄 몰랐다. 그런데 다행히 몇 분 뒤 Belén행 버스가 또 온다. 난 버스를 세우려고 마구 손을 흔들었지만 그냥 지나간다. '내가 뭘 잘못한거지?' 다음 버스는 밤 10시. 결국 난 6시간 동안 있는건 식당 하나와 파출소 하나밖에 없는 황량한 도로 위에서 물과 과자로 버텼다. 시간은 잘 갔다. 모두 실패했지만 6시간 동안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으니까. 밤낚시가 의외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히이하이킹을 계속 시도하면 시간 참 잘 간다. 결국 Belén에 오니 밤 12시 반.

'루이스 프랑코'를 찾아라. 사람들에게 물어서 루이스 아저씨의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고민한다. 그냥 잘 것이냐, 먹고 잘 것이냐. 예전 같으면 그냥 잤을텐데 새벽에 왠 소고기의 유혹이 밀려왔는지 그만 스테이크를 먹고 말았다. 시골 인심인가? 샐러드랑 감자튀김, 바게트빵이 왜 이리 많은거야. 고기도 엄청 크고. 아르헨티나의 소고기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예술이지만 난 기본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샌드위치, 샐러드, 피자, 탄산음료(물론 샌드위치, 피자도 환상적인 가게들이 있다). 특히 모든 식당에서 물과 탄산음료, 맥주 밖에 없는게 너무 싫다. "생과일 쥬스가 그리워!!"

Belén에선 별로 한게 없다. 그냥 마을 돌아다니고 이 지역 특유의 수공예품들 가게와 작업장이 많아서 하나 하나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근처 마을 Londres를 지나 Shincal로 가서 잉카 유적도 보고. 꼭 마추픽추나 페루의 잉카 유적이 아니더라도 혹은 그 모습이 초라해보여도 이렇게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잉카의 길을 걸으며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원래 Londres에서 지내려고 했는데 마을을 둘러보니 그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Londres와 Shincal이 더 풋풋했다.

잉카유적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친구와 걸어오다가 한 집에 들어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살다가 Catmarca가 너무 좋아서 Londres에서 10년, 지금 이 곳 Shincal에서 5년째 살고 있는 청년의 집. 나무와 진흙으로 만든 집에서 그는 엠빠나다(만두)를 만들고 있었다. 수십개의 엠빠나다와 빵을 집 뒷편 커다란 가마솥 같은 곳에서 숯으로 굽는다. 그와 같이 살고 있는건 수마리의 개와 고양이들뿐. 농사도 하고 직접만든 음식을 팔아서 돈을 벌고 있다. 난 히피들의 성지 혹은 수 많은 히피들이 몰려있는 마을 보다 이렇게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도시 탈출자들(?)에 더 관심이 간다. 물론 난 이렇게 살 수 없다. 이렇게 살 생활능력도 안되거니와 아무리 생각해도 난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사진은 못 찍었지만 마치 로빈슨 크루소 같은 그와 잉카유적에서 만난 친구, 우리 셋은 한 두시간 정도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도시 생활이 답답한 사람도 있고 잘 적응하는 사람도 있다.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죽을 때 까지 참으면서 사는 사람도 있다. 모두들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언젠가 자기 꿈이 이뤄질거라고 혹은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할까? 지금 당장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그냥 당신은 평생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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