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보석 Catamarca - 아스팔트를 바로 앞에 두고

이제 Antofagasta로 향한다. Catamarca 주에서 그래도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다. Belén에서 Antofagasta로 가는 버스는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 금요일 밖에 없다. 돌아오는 것도 마찬가지. 8시간 이상이 걸리는 것에 비해 버스비가 조금 싸다 했더니 역시 버스가ㅠㅠ 뭐, 상관없다. 남미가 기본적으로 버스가 좋아서 그렇지 과테말라에서 하루 종일 치킨버스만 탄 적도 많았잖아! 현지 주민들과 여행자들이 섞여 이제 버스가 출발한다. '그러니까 오늘 밤에 도착해서 내일 투어하고 모레 돌아와서 다른 마을에 가면 되겠군'

자다가 깨니 점심시간. 어느 한적한 마을의 식당. 숙박시절도 같이 있는데 당연히 샌드위치 조차도 비싸서 난 그냥 Pomelo향 나는 물이랑 과자로 때웠다. '이제부턴 안 자고 자연경관 즐기면서 가야지' 그런데 비포장길이라고 부르기도 좀 민망한 그냥 산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버스가 휘청거릴 때 마다 내 가슴도 휘청거리고. 그리고 버스가 섰다. 어제 비가 많이 온 모양이다. 일단 처음에는 모든 승객은 내리고 삽질 몇 번으로 끝냈다. 그리고 앞으로 5번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된다. 버스가 서면 승객들은 모두 내리고, 주위에서 돌과 흙, 나무가지등으로 유실된 산길을 채운다. 그리고 버스가 그 곳을 무사히 통과하면 모두 박수! 처음엔 재밌다가 계속 반복되니 좀 짜증나기 시작했다. '아... 왜 내가 가는 길은, 내가 탄 버스는 항상 왜 이런걸까ㅠㅠ' 다시 버스에 타고 멀리 산을 보니 아스팔트가 보인다. 그리고 버스는 다시 선다. 이번엔 유실된 도로 때문이 아니다. 아스팔트를 몇 백 미터 앞에 두고 굴삭기 및 트럭이 공사 중이다. 도로가 완전 유실됐다.

"혹시... 되돌아가야 하나요?", "응! 아까 점심 먹은 곳으로". 이제 놀랄 것도 없다. 빠르게 계산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까 그 곳에서 하루 자고 내일 아침 Antofagasta로 가서 바로 투어하긴 힘들텐데. 돌아오는 버스는 그 다음날, 결국 제대로 즐기려면 다음주 수요일에 돌아와야 한다는 소리인데. 사실 그럴 여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며칠 전 부터, 콜롬비아에서 만나 페루 리마에서 절정(?)의 시간을 보낸 두 남매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이 생각났다. 약속이라기 보다 내가 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한국말 하면서 좀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때부터 여행자들 사이에는 중간 지점이 아닌 Belén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사람들끼리 조직이 결성된다. 결국 우리는 점심 먹었던 숙소에서 기사 아저씨들과 토론하고 설득하는 작업 끝에 마을에 있던 다른 버스로 Belén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물론 Belén에 도착해서 회사는 표를 환불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몇 십분의 토론 끝에 Catamarca 수도로 가는 버스표로 바꾸는데 성공. 그래도 몇 천원 손해다.

자, 결국 나는 Antofagasta로 가지 못 했다. 아니 어떤 방법으로도 갈 수는 있었지만 포기하고 일단 도시로 북귀하는 길을 선택했다. '일단, Wi-Fi되는 곳에서 두 남매들과 연락도 좀 하고 여행일기도 업로드하고, 몸도 좀 추스리자'

이 하루 동안 내가 얻은건 많은 친구들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온 많은 대학생들. 다양한 환경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던 그들. 그리고 Catamarca에 살고 있는 소년 '니꼬'. 진짜 만화 캐릭터보다 이쁜 외모와 목소리를 가졌던 그 소년은 날 너무 유쾌하게해줬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가면 만날 사람은 참 많은데, 내가 연락을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 연락처에 점점 쌓이고 있으니 그들 중 몇명이라도 볼 수 있겠지.

이제, 난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야 하나.

... Google 에서 계속 사진들만 보고 있다... http://goo.gl/VsV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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