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새로 시작하는 느낌

페루, 볼리비아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친구들이 추천한 북부지역. 다른 대도시보다 원주민들의 비율이 높고 그 문화를 유지하는 마을도 많은데 그래도 다르다. 그 동안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에서는 각각의 특색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비슷한 생활양식을 느낀적이 많았는데 아르헨티나는 오자마자 완전 새롭게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앞으로 갈 곳이 많이 남았으니 더 설레인다. 물론 아르헨티나에서 살거나 일 때문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대도시, 즉 이민자 도시에서 받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난 여행자라서 전혀 못 느낄수도 있고 어쩌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자.

그래도 역시 부담되는건 물가. 확실히 콜롬비아보다 비싸다. 물론 항상 가장 저렴한 점심을 먹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저렴하다는 것도 꽤 부담되는 돈. 그리고 메인메뉴가 먼저 나오고 스프가 나중에 나오네? 처음에 아주 헤깔렸다. 그래도 항상 바게트 빵이 나오고 몇 번씩 리필해줘서 좋고 디저트가 있어서 좋다. 대신 과일쥬스나 음료수가 공짜가 아니네? 뭐 아직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으니 더 경험해 봐야지!

12월 31일은 아르헨티나식 바베큐 파티에 빌붙어서 지냈다. 캠핑장이 있는 호스텔, 프랑스나 다른 나라 여행자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아르헨티나 사람들. 이럴 때 기죽어 가만히 있으면 나만 고생한다. 먼저 말을 걸거나 자연스럽게 대화하면 시작이 반. 이상하게 생긴 한국인이 스페인어를 하면 다들 신기해하고 계속 얘기하고 싶어하더라. 처음엔 친구들끼리 앉아서 조금은 조용하게 먹고 즐기더니 1월1일이 되자마자 모두 섞여서 춤추고 노래부르기 시작한다. 고맙다, 애들아. 덕분에 밤새 공짜로 맥주, 와인, 환상적인 Asado, 샐러드등 실컷 먹었다.

1월1일, Jujuy라는 도시로 왔는데 예상대로 문을 연 상점이 없다. 저녁에 너무 배고파서 주유소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고 돌아왔는데 숙소 아저씨가 피자 두 조각을 주셨다. 아, 미리 말씀 좀 해주시지. 그래도 고마워요^^ 

오늘은 버스를 타고 근처 국립공원에 가서 트레킹을 했다. 정상 근처에 있는 호수까지 가는 코스. 1시간이면 된다고들 하는데 이거 2-3시간 코스인데? 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다시 히치하이킹을 했다. 지금 내가 있는 아르헨티나 북부지역은 히치하이킹의 천국이다. 도시간 이동도 히치하이킹이 가능하다. 결국 난 오늘 Rosario에 사는 가족과 그들의 동반가족들과 함께 하루를 지냈다. 점심도 같이 먹고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역시 놀라운건 모두 '김기덕' 감독을 알고 있다는 것.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한국영화 특히 김기덕 감독은 아주 유명한 것 같다. 특히, '봄, 여름, 가을, 겨울'.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들. 콜롬비아 이후 오랜만에 느껴보고 경험하는 현지 가족들과의 만남. 갑자기 그냥 내 여행을 남미에서 끝내고 싶어졌다.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에서 더 머물고 스페인, 모로코를 포기하는 것. 스페인 물가를 감당할 자신도 없고 이 거대한 땅을 여행하는데 마지막을 찍고 이동하는 식으로 끝내기 싫어졌다. 왜냐면 현재 내 비행기표라면 난 두 달안에 아르헨티나, 칠레 여행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며칠 더 고민해보자.

"Rosario에 오기 전에 연락해, 내가 가이드 해 줄게!"

몇 달 동안 정체된 스페인어, 다시 공부하자.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싶고, 더 많은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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