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 고장 !!!
불편하고 느리고 RAW파일을 JPG하는 작업은 긴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이미 5개월 동안 나에게는 만족할만한 사진을 제공해준 DP1S. 포베온 센서가 뭔지도 모르지만 일반 똑딱이와는 다른 선예도를 보여줘서 너무 좋았는데 페루 뜨루히요 현대 미술관에서 고장이 나고 말았다. 검색해보니 자주 일어나는 고장이란다. 리마 전자상가에 수리를 맡겼지만 충분히 수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던 아저씨는 5일 후 기계설계가 너무 달라서 도저히 수리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통보를 해 왔다. "그러면 왜 고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두 번이나 전화로 확인하고 5일 동안 기다렸는데... 이 카메라를 대체할 수 있는건 지금 여기 없단 말이에요!"
결국 리마에서는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었고, 이제 남은 여행의 사진도 아이폰으로 찍어야 할 형편. 똑딱이 필카가 있긴 하지만 내 여행일기를 보는 단 한사람에게라도 좋은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데 아이폰 따위...ㅠㅠ
* 샴발라 호스텔
히피라고 하지 말고 그냥 나와는 다른 스타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자(왜냐면 그들에게 히피문화를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인 친구들을 여기로 초대했는데 그 전까지 나는 이 곳에 장기체류하는 여행자들과 지냈다. 간판도 없고 위치도 조금은 불편하지만 나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주인 아저씨는 외아들인데 일은 노모가 다 하시는 듯. 그래서 어머니에게 더욱 더 말도 많이 걸고 위로(?)를 해주려고 했지만 못난(^^) 외아들은 매일 여행자들을 봉고차에 태우고 공연하러 다니거나 히피들의 잔치에 데려간다. 덕분에 나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리마 주변에 해변가 일주도 했고 카메라 때문에 가야하는 중심가도 데려다 줬고. 친구들 중 Wensen은 조금이라도 스페인어를 하는 나를 위해 항상 느리고 또박또박 말해주었는데
내가 부러웠던건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었다. 이렇게 자극만 받고 끝날 것인지 아니면 여행이 끝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표현을 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악기도 있어야 하고 같이 할 친구도 필요하니까. 첫 3일 동안 이 곳에 머무는 여행자들 그리고 파티때 놀러온 페루 젊은이들과의 대화는 볼거 없다는 리마에서 나에겐 소중한 추억이자 경험이었다.
* 말레꼰이 좋아
자동차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는 거대한 도시 리마. 하지만
대도시 옆에 부두를 끼고 있는 바다는 언제나 아름답다. 리마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화려한 도시였다. 미라플로레스 같은 지역은 오히려 서울보다도 화려하다고 해야 할까.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페루에 대해 미리 준비를 안한 건 사실이지만 이런 도시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바다가 있어서 더 좋았다. 난 도시에 부두를 끼고 넓게 펼쳐진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쿠바, 콜롬비아에서도 그랬던 것 처럼. 물론 바다가 보이는 공원에 있는 음식점은 당연히 비싸고 근처 어시장까지 비싸서 물 하나도 사먹지 못 했지만 다행히 마지막 날 '대호'형이 KFC, Pizza Hut에서 배 터질정도로 많이 사 주셔서 미련은 없다.
* 시트콤 촬영 5일
대호형과 경주씨. 우리는 콜롬비아 보고타 이후 다시 만났다. 이게 다 Facebook 이라는 SNS가 있기때문이다. 콜롬비아에서 두 번 정도 한국인 여행자들과 며칠 같이 다닌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완전히 달랐다. 4박5일 동안 우리는 시트콤 한 시즌 분량 이상을 찍은 것 같다. 당연히 각자 개성이 강한 세 명이 모였으니 뭐하나 하려고 해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 웃기도 하고 짜증내기도 하고 왕따시키기도 했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재밌는 시간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말은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지만, 속으로는 그리워하는거 다 안다ㅋㅋㅋ 파타고니아 혹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다시 한 번 봤으면 좋겠는데 나만의 희망사항일까?
* 이제 아메리카의 중심 Cuzco
Huacachina에서 보기투어를 하고 꾸스꼬로 왔다. 보기투어 하다가 샌드보드에서 이탈되어 10초 이상 굴러떨어졌다. 괜히 방향 틀어보려다가 그만 중심을 잃었다. 내 잘못이다. 하지만 그 10초 동안 많은 생각이 났다. '이거 어디까지 떨어지는거지. 내 소중한 팔찌 잃어버리는거 아닐까? 몸은 안다치겠지? 이제 곧 마추픽추로 가야 하는데...' 당연히 꾸스꼬는 내가 싫어하는, 엄청난 관광지다. 하지만 분명히 나만의 추억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