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보다 아름다운 것은
* 카메라 고장으로 당분간 모든 사진은 아이폰 사진이네요ㅠㅠ
페루 문제가 아니라 나의 잘못
페루여행은 준비도 거의 안 하고 항상 하던 나만의 도시를 찾는 일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의도하지 않았던 Lima 에서의 새로운 경험과 즐거운 시간도 있었지만 많은 도시를 방문한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가는 도시도 지나친 곳이 많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페루 사람들, 페루의 문화가 나에게 흥미를 주지 못 한 것 같다. 그래서 어떤 긴 이야기 보다는 스냅사진 같은 이미지들만이 내 머리속에 남아있다.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 사람들과의 만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Peru! 여행 처음부터 내가 너무 싫다고 투정을 많이 부렸지, 미안해. 제대로 못 느끼고 먼저 마음을 열지 못한 내 잘못이야.."
시간의 마법사, Cuzco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에 하나인 Cuzco. 다행히 지금은 비수기여서 상대적으로 더 조용하고 여행자도 적다고 하는데 그래도 나에겐 지나치게 상업화된 모습이 먼저 보였다. 그리고 생존권을 위한 주민들의 투쟁모습까지. 하지만 도시는 아름답다. 취향에 따라 유럽보다 아름답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을 정도로.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주변에 방문할 마을도 많다. 이러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페루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매일 투정을 부렸지만 Cuzco에 와서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난 꾸스꼬를 사랑한다. 비록 상업화된 관광지일지라도, 그것을 무시하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건 바쁘게 움직이느라 다른 나라에 비해 인디헤나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는 일을 찾지 못한 것이다. 첫 마음을 계속 이어가기란 역시 힘든 것일까?
내 가슴을 뚫어준 것은 마추픽추가 아니라 바로 사람
마추픽추에 실망한 사람도 많다지만, 난 소름이 돋았다. 잉카트레일을 했으면 더 감동을 느꼈겠지만 난 이미 혼자 가는 길을 선택했고 아무튼, 그렇게 많이 봤던 사진 그대로의 모습이었음에도 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하면 감동은 덜하다. 상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천천히 느껴야 한다. 그러면 실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와이나픽추 거의 정상 근처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어? 이런게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인가? 아니야, 내일 일어나면 아무런 기분도 안 들겠지...' 우리는 와이나픽추 정상에서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다.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면서.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남자친구가 있기 때문도 아니고 아르헨티나 여자이기 때문도 아니고 그냥 경험에서 나온 느낌이다. 그런데 상관없다. 그 1시간 동안의 대화 그리고 그녀의 말투는 그 동안 쌓였던 나의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줬다. 아직도 내 이상형이 변하지 않았나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다음날 꾸스꼬로 돌아가는 길에도 난 그녀를 생각하며 지루한 시간을 견뎌냈다. 그녀에 비하면 난 겉모습이나 내실도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스페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냥 보고 얘기하는 것 만으로도 내 마음을 풀어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