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데이는 Tatacoa 사막에서

Tatacoa 사막을 가기 위해 머무른 조그만 마을 Villa Vieja. 별 다른 특징이 없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왠지 내 마음에 들 것 같았다.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사막 투어를 알아봤다. 콜렉티보에서 내릴 때 부터 나를 따라왔던 청년 부터 시작해서 동네를 돌면서 전부 알아봐도 내가 알아 본 가격이 아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거야. 더군다나 난 Tatacoa 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투어 옵션을 조정해야 할 지도 몰랐다. 짜증이 밀려온다.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투어를 하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사막을 포기하기도 싫었다. 지금은 취향에 따라 투어 옵션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 지 알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결국 가장 차분하고 내가 듣기에 편한 억양을 가진 아저씨에게 투어를 부탁했다. 난 상품으로 된 투어를 대부분 싫어하지만 이건 내가 가이드를 골라서 적당히 흥정을 해서 해야 하는 것이고 투어가 아니면 가기 힘든 곳인 줄 알았다. 아무튼 다음 날 아침 7시 사막으로 출발했다.

이미 사진으로 보았던 Tatacoa.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사막은 아니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가다보면 지겹지 않은 새로운 풍경들이 나타난다. 햇살이 뜨겁지만 땀이 범벅이 되는 그런 무더위는 아니다. 역시나 조금은 실망스런 투어를 마치고 사막에 있는 한 숙소에 들어갔다. 여기서 하루를 지내야 한다. 사하라 사막 같은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막이니 여기서 혼자 돌아다니고 밤엔 별을 보면서 자고 싶다. Villa Vieja에 있던 숙소도 그렇고 여기 Tatacoa에 있는 레스토랑 및 숙소들은 쉽게 말하면 현지인들도 쉬거나 식사를 하러 오는 곳 같다. 서울 사람들이 서울 근교 강변으로 가서 닭 백숙 먹고 쉬듯이 여기 사람들도 Villa Vieja에 있는 레스토랑 혹은 Tatacoa로 가서 식사도 하고 텐트를 가지고 와서 캠핑을 하기도 한다. 조금은 답답한 호스텔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편안한 자연 속에 있는 넓고 정겨운 공간에 있으니 여행 속에 또 다른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다.

혼자 사막 주변을 돌아다니는 느낌이 좋다. 누군가 내 뒷 모습이라도 찍어줬으면 하지만 아무도 없다. 아무래도 투어비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계속 들기는 했지만 지금와서 후회해서 무슨 소용인가. 그냥 좋은 구경 했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려야지.

* 위 사막에 있는 숙소에서 하루 지냈다^^

Villa Vieja에서도 역시 마음이 편했다. 걷다보면 적극적으로 달라 붙는 아이들 부터 과일주스를 먹을때나 식사를 할 때나 항상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애들 보다 조금 내성적인 숙소집 아들 '다니엘'은 나에게 마을 이곳 저곳을 직접 동행에서 안내해 줬는데 고마워서 내가 과테말라, 멕시코, 캐나다 동전을 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몇 분후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혹시 콜롬비아 동전 좋아하세요? 여기 두 개 있는게 가지세요." 아... 정말 너무 귀엽다. "다니엘, 나는 지금 콜롬비아 여행 중이라 동전과 지폐가 아주 많아. 그러니 주지 않아도 된단다." 내가 아이들을 썩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넌 정말 너무 맘에 드는구나. 물론 다른 애들도 내가 빵 먹을 때 나눠주면 꼭 망고나 다른 과일을 주는 성의를 보여주니 이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팔찌를 교환하자는 애들의 제의는 거절했다. "미안해, 이거 콜롬비아에서 얼마전에 산거거든. 나에게 너무 소중한거라..."

저녁식사를 하는데 옆 테이블에는 독일 여행자, 그 옆에는 휴가차 놀러온 콜롬비아 부부가 있다. 발음도 이상하고 억양도 이상하지만 계속 스페인어로 이야기 하려고 노력하는 독일 여행자의 모습이 참 마음에 든다. 독일 사람들에게는 스페인어가 정말 배우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콜롬비아 부부는 먼저 나에게 말을 건다. 자상스럽고 친절한 아주머니, 무표정 하지만 의리있어 보이는 아저씨 모두 내가 하는 말을 계속 교정해 주신다.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니 좌절하지는 말자. 역시나 콜롬비아 사람들에게는 한국전쟁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아저씨의 아버지도 한국전쟁에 참여하셨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한국에 대해 거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무튼 조금씩 더 노력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자연스럽고 다양한 대화를 할 수 있겠지?

보고타에 있었으면 호스텔에서 가면 쓰고 술 마시면서 파티를 하거나 광장이나 거리로 나갔겠지. 하지만 난 지금 조그만 마을 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할로윈 행사를 보고 있다. 숙소로 아이들이 계속 찾아와서 공손하게 'Dulce'를 달라고 말하면 어제 심심해서 샀다가 남은 선인장 단과자를 준다. 난 할로윈데이가 뭔지도 잘 모르고 한 번도 파티를 해 본 적도 없다. 무슨 상관인가. 그냥 이 작은 마을에서 내가 편안하면 그만이지. 이제 나가서 동네 사람 전체가 모여있는 듯한 광장 주변에서 사람들과 같이 술을 마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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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b 17 2011, 4:48 PM
    sori4rang responded:
    트위터 타고 여기까지 왔네요.. 주로 어려운 나라들을 다니신 것 같아요.. 여행의 마지막 코스를 달리고 계신것 같은 느낌을 주네요.. 저같은 초보에게는요.
    사막여행에 쪼리가.. 참 인상적입니다! 가능할까.. 저게..? 라는 생각이.. ^^
    행복한 여행길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