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지만 매력이 넘치는 도시, Bogotá
※ 여기있는 사진들은 보고타의 극히!! 일부분이니 사진보고 상상하지 마세요. 보고타는 정말 큰 도시이며 몇 달은 체류해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남미의 아테네, 콜롬비아의 수도 Bogotá, 무엇 보다 가장 큰 기대를 가졌던 것은 Posada del Sol(태양여관)이었다. ㄷㅏㄴㅣ님, 데미안님을 만나고 싶었고 처음으로 한국인 호스텔을 간다는 설레임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메데진에 있을 때 태양여관은 문을 닫게 된다. 결국 큰 아쉬움을 가지고 태양여관에서 추천한 호스텔로 갔다. 역시 한국 여행자들이 많다.
메데진 사람들은 보고타는 날씨도 춥지만 사람들도 차갑다고 했다. 일주일 밖에 있지 않아서 쉽게 말하긴 힘들다. 사실 그렇게 일반화 시키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너무나도 친절한 사람들도 많았고, 아예 처음부터 나를 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 마음 속에 친절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남아 있으면 그 정도로 난 만족한다.
보고타의 날씨는 맘에 들지 않지만 난 보고타가 좋다. 그리고 보고타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들(El Dorado의 전설을 따라가다 만난 Calera 마을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과 순수한 사람들도 좋다. 당연히 보고타의 구시가지 Candelaria까지 난 좋다. 매일 가도 지루하지 않은 아름다운 볼리바르 광장부터 수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 공원, 다양한 예술 공연 등 한 달을 있어도 하루 하루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난 서울에 살고 있지만 내가 가 본 곳은 극히 일부분이고 내가 경험한 것도 아주 적다. 이 거대한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단 일주일이라니, 나 답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왠지 콜롬비아는 다시 올 것 같아 크게 아쉽지는 않다. 보고타는 나도 큰 도시를 좋아할 수 있다는 첫 번째 경험을 준 도시다. 보고타 홍보 책자를 보니 몇 달을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운 좋게 말을 알아 듣고 길게 얘기할 때의 행복함은 내 여행의 백미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못 알아듣고, 여전히 한계를 넘지 못 하고 있는 내 스페인어 능력을 느낄 때는 화가 날 정도다. 나이 먹고 뒤 늦게 이 무슨 어설픈 열정인가. 그냥 맘 편히 다녀야 할까. 하지만 소통이 없는 여행이 주는 무미건조함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지 난 알고 있다.
보고타에서 부담없고 편안한 형, 누나들을 만났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항상 식사를 챙겨줘서 같이 먹기도 했고, 많은 곳을 같이 돌아다녔다. 필요한 여행 정보가 있으면 서로 공유하는게 일반적이지만 내가 관심있는 것은 무엇을 느끼고 있냐는 것이다. 떠나온 목적, 여행의 목적은 중요하지 않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떠난 사람들에게 그 이유와 여정의 목적이 뭐가 중요할까.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고 여행을 떠난 후에 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들이 난 좋다. 그러려면 서로 더 친해져야 하는데 어느 선 이상의 친밀함을 느끼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마음도 잘 맞아야 한다.
오늘은 Tatacoa라는 사막을 가기 위해 근처 아주 작은 마을로 왔다. 막상 여기 오니, 커피농장지대로 다시 올라갈 마음이 사라졌다. 살렌토나 마니살레스는 내가 좋아할 것 같은 마을이지만 여기서 다시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기엔 경비도 많이 들고 그 만큼의 가치를 못 느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주 관심이 많은 콜롬비아 커피지만, 다음에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을 가지고 방문해야겠다. 지금 가봐야 단순하고 뻔한 투어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내 여행은 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제는 외로움도 없고 초조함도 없다. 여행 자체가 아주 익숙한 일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냥 발길 닿는대로 이동한다. 그러다가 현지인들이 추천해주는 마을로 따라간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냐도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왜?' 라고 자꾸 되물어본다. '왜 그 곳을 가야하는데? 가이드북에 있으니까? 남들 다 가니까?' 별거 아니지만 나에겐 큰 변화다. 여행 처음에는 '어떻게', '어디로'가 가장 큰 골치거리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 만큼 여유로워졌고 여행은 점점 더 느려지고 있다.
* Hostal Sue Candelaria, Bogota, Colombia
Carrera 3. 14-18
내가 경험한 호스텔 중 가장 깨끗한 곳이다. Bar가 있지만 시끄럽지 않다. 스텝들도 매우 친절하고 정겹다. 파티 호스텔을 피하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여기를 추천한다.(여기가 Sue 2, Sue 1은 좁고 지저분해서 추천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한국인은 10% 할인된 가격으로 지낼 수 있다. 태양여관에서 진행하던 스페인어 수업이 이 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http://www.suecandelaria.com/ (예약 메일 보낼 때 Sue 2 에 묶고 싶다고 쓰는게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