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a, Colombia!
"콜롬비아로 입국하는 모든 여행자는 콜롬비아를 나가는 비행기표나 버스표가 있어야 합니다."
"저도 알고 있어요, 여기 남미 빠져나가는 비행기표 있잖아요."
"멕시카나 항공은 부도나서 그 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요, 지금 환불 중이고 다른 비행편으로 변경하는 중이에요, 이래도 안되나요?"
"네, 다른 항공사의 프린트된 표가 필요합니다. 아직 두 시간 정도 남았으니 한국으로 전화해서 표를 예약해서 프린트 해 오던지 비행시간을 연기하든지 결정하세요."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보다. 과테말라 공항에서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콜롬비아로 입국하는 모든 여행자는 출국예정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깜빡했다. 멕시카나 항공이 부도만 나지 않았어도 나에겐 남미를 빠져나가는 표가 있으니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지금 한국은 새벽이니 과테말라에서 하루 혹은 이틀 더 지내면서 유효한 비행기 표를 구입해서 콜롬비아 입국을 며칠 미루던지, 아니면 여기서 가장 싼 콜롬비아 출국 비행기표를 사서 그것을 증거로 보여주던지. 하지만 지금 남미를 빠져나갈 때 어디로 갈 지 정하지 못 했는데 날짜까지 정해서 미리 구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 공항에서 근처 도시로 가서 며칠 지낸다면 그 돈, 항공편 연기 수수료 등 엄청난 돈이 들게 분명하다. 결국 난 사무실 직원에세 물어보고 콜롬비아에서 에콰도르로 가는 가장 싼 항공권을 구입했다. 취소가 가능한지 확인을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과테말라 공항에서 구입한 표를 콜롬비아 가서 쉽게 취소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무조건 오늘 콜롬비아로 입국해야 한다. 다른 어떤 상황이라도 나에게 이득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웃기다. 프린트된 종이는 위조해서 하나 만들 수 있잖아. 난 공항 직원에세 아이폰을 보여주며 지금 예약중인 전자항공권 여정을 보여주겠다고 했으나 무조건 프린트된 종이여야 한다고 했다. 그래, 앞으로 비행기표랑 필요한 서류 하나 만들어서 들고 다녀야지. 정말 불안해서 비행기 못 타겠다.
콜롬비아 입국장, 난 심사관에게 여행도 하고 스페인어도 소개 받은 분에게 배울거라며 얘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입국 심사 중에 가장 재밌고 편안했다. 심각한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 농담까지 나누며 서로 웃을 정도였다. 당연히 출국하는 표를 보여달라는 요구도 없었다. 이거 뭐야? 아니다, 그냥 기분 좋게 생각하자. 여행 다니면서 마음 가다듬고 여유롭게 하는 습관을 가지기로 했잖아.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은 후 호스텔로 갔다.
아! 여기 쿠바 Havana 아냐? 내가 Cartagena 의 공기를 마신 첫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카리브해, 올드시티, 뉴시티,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 쿠바의 마지막 3일을 같이 보냈던 중국 친구는 나의 콜롬비아 여정을 듣고 이렇게 말했었다. "Cartagena 는 그냥 여기 Havana 같아요. 아주 새로운 느낌은 없을 거에요. 너무 오래있지 말고 다른 곳에 더 많은 준비를 하세요." 친절하고 유쾌한 호스텔 직원들은 조금은 불안했던 내 마음을 가라앉혔고, 같은 방의 미국 청년 둘과 방 앞에 있는 파라솔에서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나의 콜롬비아의 첫 밤을 보냈다. 많은 미국 청년들을 만난 건 아니지만 만나는 사람들 마다 취업난 얘기를 한다. 이 두명도 계속 인턴쉽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콜롬비아 오는 항공권은 정말 싸기 때문에 그들은 일주일간 이 곳에 휴가를 온 것이다. 뭐랄까, 조금은 힘이 없어 보이고 침울한 느낌을 받았다. 당연히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다음 날 반나절 이상을 항공권 취소하는데 소비했다. 웃기고 긴 얘기인데 일단 생략하고, 오후에는 호스텔에서 한국 친구를 만났다.호스텔에서 한국 사람을 만난건 처음이다. 과테말라에서 선교활동 겸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잠깐 지나가면서 만나 커피를 마신 적이 있고, 콜롬비아 오기 전 날 한국 음식 한 번 팔아주겠다는 마음으로 김치찌개를 먹었다가 동갑내기 두 명과 대화한 적은 있지만 숙소에서 만난 적은 없었다. 앞의 두 만남은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안 좋은 느낌만 남았다. 아무튼 난 반가웠다. 왠지 남미 부터는 한국 친구를 조금씩 만나고 싶었는데 콜롬비아 부터 시작되는구나. 우리는 저녁식사를 간단한 빵으로 때우고 밤 늦게까지 얘기를 나누었다. 몇 달 만에 수다를 떠니 기분이 좋아졌다.
투어 상품을 거의 이용하지 않지만 혼자 가기엔 너무 힘든 곳이라 신청한 화산 머드 투어. 조그만 화산 꼭대기에 있는 깊은 머드 웅덩이에 빠져서 마사지를 하는 건데, 피부관리도 할 겸 비싼 돈을 주고 투어를 다녀왔다. 근데 정말 머드 질이 좋은건지, 피부가 말끔해졌다. 근처 바다에 가서 수영도 하고 바다 바로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것 까지가 투어였다. 그래도 역시 이런 생각을 한다. '돈이 아깝지 않고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투어는 불가능한가? 왜 투어 상품은 항상 내 마음에 들지 않을까?'
늦은 오후 부터 한국 친구와 올드 시티 구석 구석을 돌아다녔다. 아! 이 곳이 콜롬비아 최고의 관광지 중에 한 곳이긴 하지만 참 아름답구나! 아바나는 아직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이 곳은 아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종과 문화, 거리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바다를 끼고 걸으며 바라 본 일몰과 그 후 30분은 내가 본 저녁 풍경 중 가장 아름다웠다. 아바나 말레꼰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매우 후덥지근하고 모기도 많지만, Cartagena는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귀찮은 모습을 잊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곳 임엔 분명하다.
Taganga 는 포기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에 최악의 시기이고, 타간가의 물가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작은 어촌 마을을 참 좋아해서 스쿠버 다이빙이 아니어도 꼭 가고 싶었지만 과감하게 포기했다. 왠지, 콜롬비아는 다시 오게 될 것 같아서.
콜롬비아 정부는 미국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베네수엘라와는 사이가 아주 안 좋다. 아무튼, 난 콜롬비아 여행에서는 고민보다는 그냥 눈으로 보고 조금 마음 편하게 즐기기로 했다. 아껴쓰긴 하겠지만 먹고 싶은 음식은 다 먹어볼거고, 커피도 종류별로 다 마셔보고 싶고, 선물도 많이 사서 한국으로 보낼 생각이다. 그렇게 기대했던 콜롬비아, 모든 여정을 계획대로는 못 하겠지만 내가 왜 설레였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싶다.
콜롬비아! 앞으로 50일 동안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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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 2010, 7:01 AMcharlieseo responded:너는 항상 입국할때 이렇게 어렵냐... 범죄형인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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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2 2010, 8:18 AMHolaSu responded:마약왕 꼬봉처럼 생겼나봐.. 그나저나 에콰도르 폭동...걱정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