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가족 그리고 메데진 안녕
어제는 메데진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센뜨로에서 5일 지내고 2주 조금 넘게 홈스테이를 했다. 마지막은 메데진에서 꼭 봐야할(?) 절경 중에 하나인 El Penol(La Piedra)과 근처 Guatape마을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평일이라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동네의 풍경을 보았다.
배낭여행 중 홈스테이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난 쿠바 아바나에서 만난 중국 친구 Jing의 소개로 머물게 된 것인데, 스페인어를 조금 더 가까이서 접해보고 싶은 목적이 가장 컸다. 그래서 2주동안 좀 나아졌을까? 분명히 나아지긴 했는데 조금씩 나아질 수록 더 복잡해진다. 욕심은 커지지만 아직까지 한계는 분명하고 더군다나 제한된 시간이 있으니 조급해진다. 중요한건 지금의 작은 열정을 여행이 끝날 때 까지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여정을 줄이고 스페인어권 나라만 돌고 귀국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는데 이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다. 다른 대륙은 다음에도 여행할 수 있지만 스페인어는 더 늦기전에 계속 배우고 싶다. 어설픈 환상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분명 라틴아메리카는 나에게 정이 가고 매력적인 곳임에 분명하다. 물론 여행자 신분으로 느끼는 것과 직접 살아가는 것은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메데진의 중산층이 살고 있는 San Diego에서 참 편하게 생활했다. TV가 있는 아늑한 내 방이 있었고, 빨래까지 다 해주셨다. 첫 날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둘째 날 아파트단지에 온 채소,과일 트럭에서 싸게 장을 봤는데 그게 2주를 버텼다. 왜냐면 주방을 사용한다는게 단순히 식기도구 뿐 아니라 모든 식품들 그리고 냉장고에 있는 것들도 내 집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종종 콜롬비아 전통 식사를 대접해 주셨고, 커피는 당연히 무한 제공, 담배까지 늘 챙겨주셨다. 50세의 싱글맘 'Gloria', 딸 'Laura', 대학교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 학생 'Martina', Laura의 남자친구 'Pablo' 그리고 이웃집 사람들, 집으로 찾아오는 손님들 모두가 콜롬비아 가족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차이가 있다한들 그게 지금 중요할까? 자기 생각과 신념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의 결핍은 얼마나 끔찍하던가. 낙천적이고 뒤끝이 없는 사람들에게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이 많다. 이렇게 넓고 다양한 세상이 있는데 난 서울이라는 작은 도시 안에서 얼마나 쓸데없는 고민으로 시간과 공간을 허비했던가. 물론 사람이란게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나는 진행 중이다, 조금씩 낙천적인 성격으로.
따뜻한 날씨에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아름다운 꽃과 미녀들의 도시 메데진, 이젠 안녕이다. 언젠가... 다시 콜롬비아로 오는 그 날까지 모두 안녕.
¡Hay que disfrutar la v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