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데진 하늘을 날다

"수! 내일 나는 일하러 가야하니 Parapente(패러글라이딩) 내일 꼭 하고싶으면 여기 명함 있으니까 전화해서 예약해!" 내가 머물고 있는 집의 딸 Laura의 남자친구 Pablo. 파블로도 여기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거의 매일 볼 수 있고 글로리아, 라우라와 함께 항상 한 침대에 누워 TV보는게 일상이다. 파블로가 준 명함을 보고 전화를 했다. 아직도 전화통화는 늘 떨린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다고 해도 역시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여전히 힘들기 때문이다. 다행히 교육관 Andres는 매우 친절하게 그리고 천천히 사무실로 오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메뜨로를 타고 터미널로 가서 San Felix로 가는 작은 버스를 탔다. "아저씨, 저 여기 갈 건데요. 도착하면 저 좀 불러주세요. 처음 가는 거라서요." "아! Parapente하러 가는군요. 여기 알아요. 도착할 때 쯤 부를게요." 1시간 정도 꼬불꼬불 산 길을 올라간다. 높은 산에서 바라보는 메데진의 전경은 낮이나 밤이나 언제나 멋지다. 그런데 왠지 지나친 것 같다. '아! 여기는 라틴아메리카야! 모든 일처리는 항상 재차 확인해야 한다는걸 잊었냐!' 사람들 틈을 지나 기사 아저씨에게 다시 물으니 깜빡했다며 이미 지나쳤으니 지금 내려서 내려가는 버스를 타고 가란다. 고맙게도(?) 오는 버스에게 말 해놓을테니 돈 낼 필요는 없단다.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Parapente 사무실에 도착했다. Andres가 마중을 나왔고 우리는 반가운 인사를 한 후 바로 하늘로 날아갈 장소로 갔다. "오후에 비 소식이 있어요.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5분 정도 언덕을 올라 갔다. '드디어 한 번 날아보는 구나!'

콜롬비아에 온지 24일째, 하지만 이미 포기한게 많았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변 타간가에서의 스쿠버 다이빙(9,10월은 최악의 시즌이라 수중 시야가 안나온다고;;), 산힐에서의 레포츠(과테말라에서 동굴탐험, 점핑, 튜빙등은 했지만 산힐에서 레프팅, 폭포레펠등을 해 보고 싶었으나 포기. 일단 수영부터 다시 배워야 할듯;;). 콜롬비아는 저렴하게(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할지도)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저렴하다고 위험하고 질 낮은 레포츠만 있는게 아니라 그저 콜롬비아의 상대적인 물가다. 아무튼 패러글라이딩은 꼭 해보고 싶어서 지금 머물고 있는 메데진에서 하기로 했다. 20분에 한국돈 4만원. 산힐보단 비싸지만 어쩔 수 없다. 처음엔 조금 떨리기도 했지만 친절한 Andres의 도움으로 신나게 달려가 하늘을 날았다.

나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서 Andres가 뒤에서 조종을 해 주는 것이었지만, '아! 하늘을 날면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더 올라갈 수록 메데진의 멋진 풍경과 함께 거세진 바람을 타고 하늘을 즐겼다. 착륙하기 전에 Andres가 스릴있는 조종을 해 줘서 더 즐거웠다(사실 조금 무섭고 어지럽기도;;).

Parapente en Medellín from Byungsoo Roh on Vimeo.

San Felix, Medellín, Colombia. "Dragon Fly"

20분은 생각보다 짧았지만 번지점프 한 번 해본적 없는 나에겐 소중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조금 현기증을 느낀채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배고프다. 집에 가서 요리해서 먹어야지, 아니 집으로 가는 길에 현지 노동자들이 자주 가는 한 식당을 알고 있다. 거의 반 값에 푸짐한 점심을 먹을 수 있었지. 늘 말하지만 콜롬비아 음식은 어디가도 평균 이상은 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편하다.

이제 메데진에서의 생활도 하루 지나면 끝이다. 참 길게도 있었다. 왠만하면 이런 말 안하는데, 여기 사람들 너무 아름답다(남자 말고-.-;). '도대체 왜! 여기 다 모여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떠나기 싫었을까? 아무튼 내일, 아름다운 호수 마을에 가는 것을 끝으로 이 곳을 떠난다. 콜롬비아의 수도, Bogota로. 나른하지 않고 따뜻한 메데진의 날씨, 이제 보고타로 가면 늦가을이다.

보고타에서 마음에 맞는 여행 친구를 또 만날 수 있을까?

571 views and 2 responses

  • Oct 19 2010, 6:55 PM
    Yusun Kim (Facebook) responded:
    멋찌구나... 요즘 제일 부러운 사람!
  • Oct 20 2010, 7:46 PM
    HolaSu responded:
    부럽긴 뭐가 안부러워요. 라틴아메리카는 안어울리니 부러워마삼. DP에겐 유럽, 북미, 호주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