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Retiro 에서의 나만의 짧은 휴가
한국은 추석이니 집에 안부 전화를 한 후 Lanquin 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El Retiro 라는 Ecolodge 에 도착했다. 앗, 론리 플래닛에 소개된 곳이잖아. 여행자들 몰려있겠구나. 하지만 오전에 도착해서 도미토리와 해먹은 내가 독차지했지만 역시 오후가 되니 이스라엘 여자 두명, 프랑스 여자 한 명이 도미토리로 들어왔다. 그런데 여긴 이스라엘인지 과테말라인지 모르겠다. 수 많은 여행자들의 거의 대부분이 이스라엘 사람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다녀서 어디를 가나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이 몰려 있는 곳은 처음이다. 이 곳 자체는 참 마음에 든다. 편안한 오두막에서 해먹에 누워 여유를 즐길 수 있고 사우나도 있다. 사우나를 하다가 중간 중간 바로 옆에 있는 강에 점프를 해서 몸을 식힐 수 있다. 과테말라 사람들이 운영하는 이 곳은 스텝들도 참 많고 철저하게 여행자들을 위해 최적화 되어있다. 동굴탐험 및 과테말라 최고의 절경이라는 Semuc Champey 투어와 안쪽에 있는 레스토랑이 주 수입원이다. 숙박 자체는 매우 싼 편이나 근처에 밥 먹을 곳이 없다. 이 동네 자체가 다양한 시장이 있는 곳이 아니긴 하지만 여기에서 다른 식당이나 길거리 음식을 먹으려면 꽤 걸어야 한다. 당연히 주방시설도 사용할 수 없다. 멋진 자연 속에 있는 곳이라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며칠은 이 곳에 있는 투어와 시설을 많이 이용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투어라는 것을 해 본적이 없다. 모두 미리 공부해서 혼자 버스타고 다녔기 때문이다. 첫 날 동굴투어는 유명세와 달리 대단히 실망스러웠고 돈도 매우 아까웠다. 그날 먹은 저녁은 만족스럽긴 했지만 숙박비 보다 비쌌다. 강가 옆에서 팝송이 나오고 촛불이 켜져 있는 식탁들에서 여행자들은 술과 음료수를 마시면서 저녁을 먹는다. 아, 또 나만 동양인이다. 이스라엘 사람 두 명이 나를 챙겨주긴 했지만 그게 더 짜증났다. 친절한 이스라엘 사람도 많지만 이상하게도 난 이스라엘 사람이랑 뭔가 맞질 않는다. 친근함을 못 느낀다고나 할까.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오니 프랑스 여자는 벌써 자고 있다. 나와 조금 비슷하다. 투어 안하고 알아서 돌아다니고 식사도 해결하고. 하지만 오늘, 내일은 나는 투어도 해 보고 같이 즐겨보기로 했는데 벌써 이 모양이다.
다음 날은 Semuc Champey 투어를 했다. 비포장 도로를 트럭 뒤에 서서 한 시간 정도 가야 하는데 세묵 참페이는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망한 사람도 많다고 한다. 실질적인 세묵 참페이 입장은 점심 이후 였고, 오전에는 동굴탐험 및 점핑, 튜빙 등을 했다. 동굴탐험은 수영복만 입고 촛불 하나를 들고 1시간 정도 했는데 아주 위험한 코스는 없었지만 적당히 스릴있는 코스들이 아주 많아서 재밌었다. 그런데 난 내 키 보다 깊은 물 속에서는 조금 공포를 느끼는데, 동굴 안에 수영을 해서 지나가야 할 곳이 많아서 고생 좀 했다. 다들 수영도 잘 하고 물 속에 잘 뜨는데 나만 어설프다. 또 혼자 바보됐다. 동굴탐험 후 그네를 타고 물 속에 점핑하기, 강에서 튜브타고 떠내려가기, 다리 위에서 점핑하기 등 모험적인 놀이가 계속 됐다. 재밌기는 한데 나 수영 다시 배워야 할 까봐. 왜 이렇게 소심한거지. 혼자서도 갈 수 있는 세묵 참페이, 결국 오전에 하는 이벤트가 투어 비용이구나.
과테말라 최고의 절경이라는 세묵 참페이. 물 색깔이나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는 했는데, 뭐 이 정도 가지고..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도 찾아 보면 얼마나 경치 좋은 곳이 많던가. 그래도 과테말라 자체가 절경이긴 하다. 수 많은 화산, 호수, 멋진 계곡 및 산들. 어쨌든 하루는 이렇게 흘러갔다.
오늘 저녁은 바로 옆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사 먹어야지. 근데 슈퍼마켓도 비싸다. 그럴 줄 알았다. 갑자기 짜증이 몰려온다. 모레 떠나려고 했는데 내일 그냥 떠나야겠다. 숙소 자체만 보면 며칠 더 쉬고 싶지만, 주변 여건이 따라주질 않는다. 비가오는 밤, 대부분 레스토랑에서 술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지만 나는 프랑스 여자와 둘이서 방에서 얘기를 나눴다. 조금은 딱딱한 향기가 나고 혼자만 지내서 말 붙이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말 문이 터지니 의외로 많은 얘기를 나눠서 좋았다. 이제 2주 후면 프랑스로 돌아가는 그녀에게 난 남미에서 여행자들이 잘 가지 않는 도시들의 정보를 받았다.
이 곳에서 이틀 지내면서, 나 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어드벤처 투어는 대단히 외롭고 심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성격도 한 몫 했겠지. 사실 Coban 에 온 목적은 과테말라 시민단체에 있는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인데, 수요일 이후에 볼 수 있다고 해서 여행속의 또 다른 휴가를 다녀온 것이다. Xela 에서 화산 트레킹을 하지 못해서 아쉽기도 했고. 그런데 적어도 토요일에는 떠나야 하는데 며칠 동안 이 단체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다시 Coban 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시장으로 갔다. 배고파서 700원 짜리 Chaomin 을 먹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손님 아저씨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주머니 왈 "한국 사람이죠" "앗! 어떻게 아셨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본 사람은 아주머니가 처음이에요!!" "중국사람이랑 한국사람은 생긴게 다르더군요. 전 알아볼 수 있어요."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은 과테말라 여행,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