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을 마치며

멕시코에서의 20일. 계획보다 5일 정도 일찍 떠났다. 사실 San Cristobal de las Casas 에서 더 있고 싶었지만 남은 돈이 거의 없었고 생각해보니 과테말라에서 스페인어 교습을 빼면 일주일 밖에 시간이 없어서 미리 떠난 것이다.

한 나라를 장기간 여행하는 것과 여러 나라를 이동해야 하는 장기 여행은 당연히 다르다. 물론 3년 이상 혹은 계속 여행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에겐 시간이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들면 한 나라, 한 도시에서 장기간 체류하기도 한다. 20일이라, 멕시코 같이 크고 다양한 도시 색깔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20일 동안 무엇을 한단 말인가. 난 4개의 도시를 여행했는데 그것도 San Cristobal de las Casas 에서 총 여행기간의 1/3을 지냈다. 멕시코는 미리 준비한게 거의 없어서 여행을 하면서 가고 싶은 도시들이 계속 생겨났지만 아무데도 가지 못 했다.

1박 혹은 2박만 하고 주요 관광코스만 찍는 사람들이 많지만 난 지금까지 그렇게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 물론 더 많은 곳을 가고 싶은 욕구가 없는게 아니다. 가이드북을 보거나 사람들에게 얻게 되는 정보를 더하면 가고 싶은 여행지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언제 다시 올지 모를 라틴아메리카, 평생 후회할 지도 모를 추억을 남기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더 적은 여행지를 선택하고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는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머물수록 마을 사람들과의 친분도 쌓이고 그 만큼 추억도 쌓인다. 당연히 사먹기보다는 시장에서 장을 봐서 직접 밥을 해 먹게 되고 이동이 많지 않으니 경비가 절감된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적당히 조절을 하긴 해야 하는데 말 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멕시코 여행은 후회가 없었던 쿠바 여행과달리 아쉬움이 많다. 날짜 조정을 제대로 못 해서 즐기지 못 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황홀하고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멕시코시티, 과나후아또 에서는 보고 느끼고 싶었던 많은 부분을 놓쳤다. 어차피 인생 모든 것이 아쉬움의 연속 아니겠냐며 스스로에게 위로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멕시코 혁명의 역사, 치아빠스 투쟁사, 사빠띠스따 등 많은 부분을 알게됐고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이다. 지금은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조금 시들해진 부분도 있지만 사빠띠스따의 투쟁방법 및 가치관은 평소 내가 생각하던 것과 거의 일치하기도 했고 그들의 실천하는 모습은 큰 자극을 주었다. 쿠바 혁명은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멕시코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멕시코뿐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전체의 역사와 현실,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 계속 공부하면서 여행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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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p 10 2010, 12:55 AM
    (Facebook) responded:
    노대리 부럽구나~~~ 보람있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몸 건강 잘 챙기겨 가끔 여기 와서 여행소식 볼께
    한국 오면 한번 얼굴이나 보자꾸나
  • Sep 10 2010, 12:11 PM
    HolaSu responded:
    앗.. 이젠 노대리가 아니죠, 그냥 떠돌이 ㅎㅎ.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