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정도 머물고 싶은 산 끄리스또발 데 라스 까사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멕시코 여행은 큰 감흥이 없었다. 짧은 순간 황홀했던 적도 있고 즐거웠던 적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내가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멕시코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치아빠스 주에 도착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나 모르겠다. 만약 돈이 조금 더 남았다면 며칠 더 지내고 싶다. 비록 사빠띠스따 자치지구에는 들어가지 못 했지만 산 끄리스또발을 중심으로 주변 Tzotzil 부족 마을들을 둘러보았고 이 동네의 미칠 정도로 싼 물가를 충분히 즐겼다.

내가 이렇게 이 곳을 좋아하게 된 것은 내가 묶고 있는 일본인 가정집 숙소의 영향이 크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되어 오게됐는데, 호스텔이 아니라 내 집에서 지내는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호스텔은 나에겐 조금 딱딱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때로는 여행자들의 술판, 파티가 밤 늦게까지 이어져서 불편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여기는 가정집이어서 저녁식사도 같이 요리해서 나누어 먹고, 언제나 궁금한점 및 하고 싶은 얘기들을 할 수 있었다. 8년 전 멕시코 여행 때 우연히 만난 일본 아저씨와의 인연으로 그 분의 게스트하우스일을 도와주다가 결국 지금 이 곳에 정착하게 된 Hide님. 그 아저씨는 지금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Hide님은 부인 Kana, 딸 Ijo 와 함께 여기서 살고 있다. 부부는 수공예품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 집에 있는 나머지 방들은 아주 싼 가격으로 여행자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다. 이 곳에는 소유욕이란게 없다. 불편하고 오래된 그대로 사용하고 때로는 직접 고치고, 필요하면 만들어서 사용한다. 또한 머물면서 일본친구들과도 인연을 맺게됐고, 과테말라에 가서도 또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래도 무엇보다 Hide님과 많은 대화를 한 것이 가장 보람있었다. 내가 일본어도 못하고 스페인어도 못해서 우리는 일본어, 스페인어, 영어 섞어가며 대화를 했고 때로는 구글번역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여행에 대한 예의부터 치아빠스, 사빠띠스따의 현재 상황까지 내가 궁금했던 점들을 들을 수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도 속 시원히 다 했던 것 같다.

히피들이 장기체류하거나 사는 곳으로도 알려진 '산 끄리스또발 데 라스 까사스'. 나에게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 곳에서 1년 정도 머물고 싶다. 물론 잠깐 들러서 좋았던 것과 장기체류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뭐랄까, 만약 이 곳에 오게 된다면 알게 될 것이다. 오래 머무르고 싶어지는 그 마음을...

*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사진촬영이 금지된 마을은 물론 산 끄리스또발에서도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기 싫었다. 그리고 숙소에서의 즐거운 저녁식사 및 술자리, 흥겨운 장보기, 정겨운 현지식당 등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는 카메라는 기억속에서 사라진다.

 

* 산 끄리스또발 데 라스 까사스, 일본인 가정집 숙소. Casa Kasa
(산 크리스토발, San Cristobal de las Casas, Chiapas, Hostel, Dormitory)
홈페이지 : http://www.geocities.jp/sancristobal_casakasa/ (인코딩 변경해야 잘 보입니다)
주소 : Cerrada Brasil No.6B Barrio de Mexicanos (Calle Brasil y Rio Mexicano)
전화번호 :< (967) 674-50-80
- 터미널에서 택시타고 간다면 주소만 보고 가면 안나옵니다. 브라질 거리 제일 끝, 다리 바로 앞 집 입니다. 아래 지도 참고.
- 여기에는 여행자들이 직접 그리고 적은 엄청난 양의 여행정보가 있습니다. 커다란 지도들, 그리고 몇 권의 여행노트를 본다면 론리플래닛 같은 가이드북을 왜 사나 하는 생각이 들겁니다.

 * Casa Kasa 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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