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우울한 주말
어제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조금 외로웠던 생일을 보내고 오늘은 로컬버스를 타고 이곳 저곳을 다녔다. 호스텔에 있는 가이드북만 믿고 빠르고 비싼 버스를 탔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로컬버스 정류장 가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다 가더라, 1/10 가격으로. 물론 그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난 상관없다. '11월 20일 시장'에 단골처럼 되버린 식당이 있어서 저녁을 먹고 호스텔에 오니 다른 여행자들이 벌써 술자리를 벌이고 있다. 동양사람은 나 혼자인데, 오늘은 그냥 혼자 놀고 싶어서 현지인들이 자주가는 술집에 가서 혼자 맥주를 마셨다. 대성당 앞 광장과 소깔로 광장에서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펼쳐지고 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않다. 이건 한국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눈에 보이는 빈부격차는 나를 매우 힘들게 한다. 더군다나 관광객들로 가득 찬 야외 레스토랑과 아이들과 함께 앉아서 구걸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니 더 가슴이 아프다. 어설픈 감상에 빠질 생각도 없고, 내가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마음을 막을 수는 없지 않을까. 여행 전에 계획했던 것 중에 하나가, 그 나라의 사회단체를 알아보고 내가 원하는 곳에 작은 돈을 기부하는 것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정당후원금을 냈는데 지금은 중단 상태니 여행 중에는 내가 방문하는 나라에 작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관광지만 찍고 빠지기 바쁜 일정이라면 힘들겠지만, 나처럼 시간 여유가 되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금 멕시코 오아하까에서 묶고 있는 호스텔은 멕시코시티에 있을 때 같은 방 친구들이 추천해 준 곳인데, 여기와서 보니 론리 플래닛에 제일 처음으로 나온 숙소였다. 어쩐지 끊임없이 사람들이 온다 했다. 다음부터는 가이드북이나 호스텔 사이트 말고 숨은 성지 같은 숙소들을 찾는 노력을 해야겠다. 의외로 숙소가 많은 부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머물게 될 '산 끄리스또발' 에서는 가정집 같은 일본인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 가격이 싼 것도 있지만 치아빠스는 멕시코 여행의 거의 유일한 목적이었는데 지내는 동안 마음 편히 정겨움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 봐야 알겠지만^^
쿠바의 마지막 3일, 아바나에서 같은 숙소를 사용하면서 만났던 좋은 친구들. 그런 좋은 여행자들을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스페인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보다 더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현지인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싶다. 동시에 반성도 하고 있다. 난 한국에 있을 때 얼마나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가. 난 얼마나 책임있는 행동들을 하고 힘든 이웃들을 신경썼던가. 지금 마음이 계속 이어져서 한국에 돌아가서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