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멕시코는 재미가 없지

메히꼬 데에페(멕시코시티)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오아하까에 새벽에 도착했다. 중국여자처럼 생긴 여자가 나에게 아는 호스텔 있냐고 물어본다. 알고보니 한국사람. 난 메히꼬 데에페에서 만난 두 친구들이 추천해줘서 예약한 호스텔을 알려줬다. 120페소면 싼거 아니냐고(나에겐 부담되는 돈인데;;) 물어보던 그 사람은 결국 자기는 택시타고 호텔에 가겠다며 가 버렸다. 하루를 기분 나쁘게 시작한 나는, 호스텔까지 배낭 두개를 짊어지고 걸어갔다. 택시비 아껴서 따꼬 몇 개 더 먹겠다는 마음으로.

오아하까에 온 이유는 역시 식민지시대 풍의 마을을 보는 것, 그리고 시장과 광장 주변의 멕시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오늘 하루 동안 마을의 센뜨로 대부분을 걸어다녔는데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다. 물론 먹거리 천국인 시장들과 소깔로, 대성당 주변에서의 다양한 거리 공연 및 사람들의 모습은 내가 보고 싶었던 모습이었으나, 결국 여기도 관광지다.

멕시코에 온 지 10일이 지났는데 정이 안 든다. 왜 그럴까. 쿠바에서는 가정집에서 숙식을 취하고, 현지인들과 쉽게 소통 할 수 있었는데 멕시코에서는 그게 힘들다. 우선, 호스텔 생활을 하다보니 외국 여행자들과 항상 부대끼며 생활해야 하는데 마음에 맞는 여행자를 만나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나도 어쩔 수 없이 유명한 도시만 골라 가다보니 결국 관광형태 그 이상의 여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나라에서 거의 필수코스처럼 정해진 루트를 전부 무시하기도 힘든 일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어느 곳으로 여행을 해야 할까.

멕시코, 과테말라는 책 없이 인터넷 혹은 호스텔에 있는 책으로 정보를 얻어서 여행할 생각이었고 그렇게 하고 있다. 멕시코에서의 목표는 딱 두 가지였다. 첫째는, 과달라하라, 과나후아또, 산 미구엘 데 알렌데, 돌로레스 이달고 등 식민지 시대풍의 마을을 가는 것. 둘째는, 멕시코에서 온 가장 큰 목적인 치아빠스에 가는 것이었다. 사빠띠스따의 미래 그리고 치아빠스의 현재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내가 어디까지 가 보고 어떤 것을 느끼게 될지.

고민이 많다. 여행의 방식을 바꾸면서 새로운 모험을 해야 할지.
* 나도 아스떽 원주민의 후손들에게 나쁜 영혼을 쫓아내는 의식을 받았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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