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생각할 수 있는 마음
계속 혼자 다녔다. 콜롬비아 까르따헤나-메데진에서 잠시 같이 있었던 친구가 있었고, 보고타에선 한국인들이 많은 숙소에 머물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곳 저곳 사람들과 같이 다녔다. 그리고 페루 리마에서 처음으로 약 5일정도 두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즐겨보기도 했다. 혼자 다니면서 생각보다 많은 현지 친구들이 생겼고 때로는 현지 여행자들과 며칠 같이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보름 이상 동행자가 내 옆에 있다. 내가 다니는 아름다운 곳들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나를 찾아왔는데 나를 만난 이후로 우리는 특별한 곳을 가지 못했다. 내가 게을러짐과 동시에 7개월이 지난 여정에 약간의 피곤함을 느껴서일까.
아무튼 조금은 여행자가 드문 곳들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계속했다. 텐트치고 아사도를 구워먹는 수 많은 가족들의 모습을 부럽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차도 없고 돈도 없어서 가지 못한 곳들을 돌아와서 사진으로 보며 미련을 지우느라 힘들었다. 아무튼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남자같은 여자와 생긴 것과는 다른게 여자같은 남자(이런말 정말 싫어하지만 그냥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통념상 그렇다고 하자, 다르게 설명할 능력이 안되서;;) 그리고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이 계속 여행하는게 어떻게 가능할까. 분명히 짜증날 때도 있을 것이고 서러울 때도 있을 것이다. 말은 안하지만 이제 서로 눈치 백단이 됐다. 내가 여행하면서 또 하나 변한 점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조금 더 노력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 호흡을 한 번 더 가다듬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좋은 점들을 상대에게 최대한 배풀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전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느끼는 것들이고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혼자 여행하는 것 보다 동행자가 있으면 당연히 편리한 점이 많다. 요리부터 버스 이동, 새벽까지 이어지는 아르헨티나의 밤 등등. 처음에는 동행자가 있으면 이전처럼 현지 여행자나 친구들을 많이 못 사귈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노력하기에 달려있는 것 같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면서 생각나는 것은 난 항상 내 옆에 있는 사람들, 내가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몰랐다는 것이다. 꼭 떠난 후에 혹은 잃어버린 후에 후회하곤 했다. 어차피 끝이 있는 여행, 언제까지 이 동행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싸우지 말고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
* 와인의 도시 Mendoza에 오자마자 피곤해서 요리를 포기하고, 중국인이 주인인 뷔페에 가서 미친듯이 먹었다!! 근 2주일 요리만 해서 먹어서 아낀 돈으로 한 번에 지르기 신공! (근데, 사실 여기 뷔페 가격도 다른 식당 한끼 점심 가격과 아주 큰 차이가 없다^^)
* 오랜만에 큰 도시에 와서 편리하고 좋지만 아르헨티나 북부부터 아름다운 시골 마을들을 계속 봐서 그런지 벌써부터 몸이 반응을 한다. 이틀만 자고 근처 작은 마을로 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