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름다지 않은 뜨리니다드의 밤
맛 있는 닭고기 저녁식사를 먹고 밤을 즐기러 나갔다. 9시 30분도 안됐는데 Casa de la Musica 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일찍 시작하나보다. 그래도 계획대로 먼저 Casa de la Trova 에 들렀다. 자리가 거의 비어있지만 10시 전후로 해서 만원이 됐다. 음악은 좋은데 실력은 잘 모르겠다. 음향시스템이 별로여서 그런지 자꾸 신경쓰였다. 그리고 역시 끝나고 혹은 중간에 CD판매 및 팁 요구가 있다. 한 번은 거절했지만 두 번째 팀은 1CUC를 줬다. 그들이 원래부터 팁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뜨리니다드가 관광지가 되고 여행자들이 많아지면서 여행자들에게만 팁을 요구한다. 나 처럼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팁은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관광하러온 돈 많은 가족 및 커플들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겐 항상 부담된다. 어쨌든 1시간 정도 즐기다가 거의 다 여행자들로 찬 자리를 보고 나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가서 Casa de la Musica (야외무대)에 가 보니 주인아저씨가 마이크로 뜨리니다드 홍보를 하고 있었다. 영어로 말한다. 오직 관광객들을 위한 멘트다. 기본적인 뜨리니다드 관광코스 소개 및 먹거리, 레스토랑, 그리고 자기네 Casa de la Musica 에서 하는 살사레슨 및 음식메뉴, 공연 홍보. 난 당황스러웠다. 아, 여기는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장 계단까지 가득 찬 외국 관광객들 사이로 주인은 관광홍보처가 돼있고, 공연하는 밴드들은 그들을 낚기 위한 사냥꾼이다. 그리고 춤추는 사람은 오직 살사 선생과 며칠 혹은 몇 시간 배운 것 같은 관광객 제자들 뿐이다. 쿠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이라는 뜨리니다드의 밤은 나에겐 또 하나의 실망이었다(물론 이 까칠함을 잠시 버리고 당연히 나도 즐겼다^^). 숙소로 가는 길에 보이는 진짜 현실을 살고 있는 쿠바 사람들, 집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들, 여기에 내가 어울리지 못 하거나 조금이라도 소통하지 못 한다면 관광객 천국이 되어버린 저 곳에서 즐기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 뜨리니다드 까사 빠띠꿀라
Ana y Oscar
Independencia #67 e/ Conrado Benitez y Ciro Renondo, Trinidad.S.S.Cuba
이 곳에 묶은 한국인 1호가 됐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젊고 정정하시고 며칠 지내며 얘기하다보면 정듭니다. 떠나는 날 아침 인사하면서 눈물 나올뻔 했어요ㅠㅠ 정원도 크고 집도 큽니다. 별 보면서 정원에 있는 테이블에서 분위기 내며 저녁식사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어느 집에서나 상 차리는 것 도와드리고 다 먹으면 꼭 직접 치우는데 너무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이 집에는 정겨운 방명록이 있습니다. 대학시절 날적이가 생각나서 저도 두 장이나 글을 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