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찾은 유럽, 시엔푸에고스

아바나, 뜨리니나드, 산따 끌라라, 산띠아고 데 꾸바, 비냘레스 등 쿠바를 찾는 여행자들이 가는 도시는 거의 비슷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경비가 드는 쿠바, 그래서 주요 여행지만 전부 돌아보는 것도 힘든게 사실이죠. 하지만 조금 시간이 난다면 시엔푸에고스에 잠시 들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산따 끌라라, 뜨리니나드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서 어느 경로라도 쉽게 올 수 있습니다. 사실 취향에 따라 시엔푸에고스는 굉장히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꼭 봐야할 풍경이나 건축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음악이 있는 밤을 즐기기에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쿠바 여행 중에 잠시 숨을 고르고 쉬고 싶다면 시엔푸에고스에 한 번 들러 보세요.

우선 도시 전체가 굉장히 깨끗합니다. 왠만해선 담배 꽁초 하나 찾기 힘들어요. 쓰레기통이 많아서 거리에 쓰레기 버릴 일 없습니다. 그리고 길, 마을, 명소 등이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수영하러 멀리 바다까지 가지 않는 이상 중심가는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데요. 여행자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삐끼들도 없고 어느 가게에서든 속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현지인 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거리에서 걸어다니면 전부 쳐다 봅니다. 특히, 저 같은 동양인은 보기 힘들어서 더욱 더 주목을 받죠. 그래서 가끔 외곽 지역으로 산책을 가면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사실 이건 쿠바 전역이 다 마찬가지) 대부분은 반갑게 인사하고 이 동네에 와서 환영한다는 이야기를 해 줍니다.

바다, La Punta Gorda 도 바로 옆에 있는데 물이 아주 깨끗합니다. 더 멋진 해변이 또 있는데 지금 이름을 잊어버렸네요. La Punta Gorda는 아바나 말레꼰 처럼 길게 이어져 있는데 걸어도 되지만 끝까지 가려면 꽤 멀기 때문에 전 버스타고 다녔습니다. 버스비는 20센타보(MN), 한국 돈 10원, 정말 싸죠. 요즘 쿠바도 휴가 시즌이라 버스에 사람이 꽉 차서 가는데 재밌습니다. 바다가 시작되는 곳 부터 숙소들이 쭉 이어져있고 즐길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수영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배고프면 음식 주문하고 음악도 즐기고, 만약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원한다면 방은 쉽게 구하겠지만 가격은 모르겠네요. 저는 센뜨로 근처에서 지냈는데 아침식사 포함 20CUC, 저녁은 4CUC 였습니다. 보시다시피 물가 쌉니다. 저녁식사 역시 푸짐하면서 맛있습니다. 생과일 쥬스 준다고 돈 더 받거나 그런거 없어요. 디저트로 주는 플랑(flan) 예술입니다. 물론 아바나처럼 길거리 음식이 많거나 다양하지는 않지만 조금 한산한 분위기에서 MN 음식들을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쿠바의 명소 코펠리아도 있는데 아바나처럼 현지인, 여행자 줄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서 좋습니다. 전 사람 많을 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주문하고 먹기까지 1시간 정도 걸렸는데 현지인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행정보도 얻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가지는 않았어요. 오래 기다리면서 먹은 그 유명한 아이스크림 치고는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큰 그릇에 담긴 아이스크림, 컵에 담긴 독특한 질감의 초콜릿 아이스크림, 이렇게 두 세트를 250원에 배불리 먹었네요.

공원, 박물관, 극장 등도 있는데 그 건물들과 더불어 마을 전체가 유럽 같은 느낌이 납니다. 비록 버스에서도 저 혼자 내려서 숙소 구하고 내내 혼자 지냈지만, 문 앞에 의자 갖다놓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이웃들과 인사하고 이야기 하고 사람들 구경하는게 재밌어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저녁 먹고 의자에 앉아서 주인아저씨들과 얘기하고 있으면 이웃집 사람들 하나 둘씩 모입니다. 그렇게 얘기하다보면 밤 11시-12시까지 흘러갑니다. 어설프게 스페인어를 하려고 노력하는 저를 대견스러워하고 항상 아침부터 이웃집에 먼저 인사해서 그런지 예의바르다고 칭찬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아주머니들이 아주 좋아하시더군요. 며칠 그렇게 지내면 오래 만난 이웃처럼 정겨워집니다. 스페인어를 과테말라에서 배울 예정이지만 길어야 2주코스라 큰 기대는 하지 않는데요. 만약, 이번 여행을 길게 준비했다면 한국에서 스페인어 학원을 다녔을텐데 말이죠. 긴 시간 여행할 나라, 대륙의 언어를 이렇게 성의없이 준비한 제가 부끄럽네요. 그래도 매일 밤 벼락치기로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행인건 영어보다 쉬워요. 물론 영어도 못 하죠.

쿠바 여행하면서 어느 지역에서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시엔푸에고스는 매우 아름다운 도시이며 쿠바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아직 여행자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예전에 아는 사람만 갔던 태국의 PAI 처럼요. 시엔푸에고스는 PAI 처럼 변질되지 않길 바랄 뿐 입니다.

여행은 어디 가서 무엇을 보느냐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만나서 쌓는 추억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5일 정도는 머물러야 사람들과의 추억이 오래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쿠바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 스페인어 꼭 공부하고 가세요. 최소 몇 개월에서 1년. 그래야 아바나, 산띠아고 데 쿠바 등 주요 관광지에서 사기당할 위험도 적어지고 여행지에서 현지인들과 재밌는 추억을 쌓을 수 있습니다. 저 처럼 어설프게 했다간 아쉬움만 남기게 되니까요.

* 시엔푸에고스 까사 빠띠꿀라
MANOLITO
Calle 39 #5019 e/ 50 y 52 Centro - 센뜨로(꼬뻴리아 건물)에서 매우 가깝습니다.
(53) (43) 555590
Cienfuegis, Cuba

재밌는 아저씨와 잘생긴 두 조카가 운영하는 까사 빠띠꿀라 입니다. 집이 크거나 시설이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남자들이 하는 음식, 푸짐하기도 하지만 쿠바 까사에서 먹은 저녁식사 중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녁식사 강요하지 않고, 모두 친절하고 유쾌합니다. 저녁식사 후 까사 앞 의자에 같이 앉아 이웃들과 재밌는 얘기를 나눠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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