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의 추억
R.I.P. 밀란 쿤데라. «무의미의 축제»를 읽고 너무 흥분해서 제발 한 권만 더 써주길 바랐는데, 10년이 흐르고 타계하셨다. 제 인생을 열어준 작가님, 영면하소서.
1996년 겨울에 받은 «불멸»에는 여전히 그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스무 살 이후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밀란 쿤데라를 소개해 준 그와의 추억 중 유형의 것들은 이미 사라진게 많다. 종로의 어느 극장, 삼포의 콘도, 석촌호수 옆 건물 탑층 레스토랑, 양평의 카페들. 남은건 아마도 낙산비치호텔, 워커힐호텔 1층 커피숍. 25년 동안 어떻게 우연히도 만나지 못했을까. 한 번은 보고 싶다. 내 인생에서 가장 바보같았던 그 시절을 절대 잊을 수 없다. 나의 과거 모든 기억은 떠올리면 부끄러워 도망치고 싶은 마음 뿐이다.
결국 인간의 고독한 삶은 아무런 의미 없음, 가벼움의 축제인가. 어쩌면 이게 받아들여야 하는 본질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