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mortalité

타락천사

타락천사. 1996년 겨울, 서울 어느 극장에서 (왜 난 극장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와 함께 봤던 영화. 마침 넷플릭스에 리마스터링 버전이 나와서 그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는 영화가 끝나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 자신의 처지에 감정이 이입된다면서. 그땐 겉으로만 이해했고, 지금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안다.

당연히 내가 손에 꼽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중간에 카메라에 담긴 아버지의 모습을 돌려 보면서 나온 노래 思幕的人과 엔딩송인 Only you는 평생 못 잊을 것이다. 지금 아버지가 생각나서 영화를 볼 수도, 이 노래도 끝까지 못 듣겠다.

내 인생의 청춘이 시작됐던 시절이었다. 지금 마흔 중반을 바라보며 이제야 인생을 알고 사람을 알고 나를 아는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 미치도록 그립고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대학 입학 이후 연락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

25년 뒤에 나는 지금 시절의 나와 추억을 미치도록 그리워 할까. 죽을 때 까지 무상(無常)의 소중함을 계속 잊으면서 과거를 그리워만 하다가 끝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