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아버지가 떠난 후 시작한 심리상담. 내일이면 10회째이고 일단 마무리한다. 상담하기전에 내가 준비했던 메모들을 모아보았다. 요즘들어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매일 밤마다 기도하면서 스스로 위로하고 견뎌내고 있다. 모든 아름다운 것에는 끝이 있는 법. 이제 남은 내 삶을 생각하자.
2022-08-16 (10번째, 마지막)
아내에게 혼자 남은 사람에 대한 걱정과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말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수차례 설명. 자기도 심리상담 받아볼까라면서 내 말을 이제 이해하는듯 했으나 난 아직 신뢰안한다. 여전히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힘들때마다 극복하기 위해 꽤 노력을 한다. 요즘 혼자 있어보니 엄마가 남은 삶을 혼자 보내는게 얼마나 적적할지 상상이 된다. 부부란 무엇일까. 그래서 정신없이 일하고 고독을 즐길줄 알아야 할 것 같다.
인생은 짧다. 아버지는 지금 내 나이에서 30년 더 살고 돌아가셨다. 30년이 긴 시간일까. 군대 제대 후 20년이 흘렀는데 지나고 보면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평생 호기심을 가지고 재밌게 살다가 후회없고 이제 사는게 지겨워져서 세상을 떠나고 싶다. 적당한 나이때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세계 여행 다니면서 길에서 인생을 마무리 하는 것도 좋다.
2022-07-19
아직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힘들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 후 평온히 떠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2022-07-06
멘토를 꼭 찾아야겠다 (아버지가 너무 그립다)
2022-06-21
절주
감사하기, 용서하기
매일 (아버지에게) 기도
2022-05-14
톨레미 그레이의 마지막 날들, 엔딩씬을 보고 울었다. 그 사람의 웃음소리가 기억난다면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거라는 대사. 아버지가 보낸 문자와 사진을 보고 울었다.
영화 국도극장. 삶이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다.
2022-05-02
아버지의 마지막 2-3주 모습을 초라하게 생각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결국에는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셨는데, 이게 아버지 잘못도 아니고 불쌍한 것도 아닌데 생각날 때 마다 많이 괴롭다. 나라는 인간은 거기에 화를 내고 욕을 했으니까.
바쁘게 사는게 이런 생각과 걱정을 덜어내는 방법인 것은 안다. 하지만 아버지를 잊고 살기 싫어서 생각하는데, 젊고 화려한 시절만 생각하는 방법이 있을까.
2022-04-06
아버지
- 억울함 (일부는 수용)
- 왜 평생 병원 치료 한 번 안하던 우리 아버지에게 암 3-4기 확진의 불행이
- 아버지의 성격 및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을까? 나도 그렇게 될까
- 다른 사람들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 보면 화 난다
- 연민
- 바짝 마른 몸과 기운 없어서 몸을 제대로 못 가누신 모습 생각할 때 마다 슬프다
- 특히 마지막 1-2주 임종 직전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신 모습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라니
- 시대에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업무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공부도 하고 노력을 하셨지만 아버지가 평생 살아온 방법이 이제는 잘 통하지 않는 세상)
- 죄책감
- 통증이 없어서 말기암 증상이 아닌줄 알았는데, 임종전 증상임을 파악 못했다 (검색해 보니 너무 딱 맞아떨어졌는데), 미리 알았다면 어머니 간병 도우면서 마지막 정리를 더 잘할 수 있었을까
- 패륜아처럼 막말을 많이 했다ㅠ 너무너무 많이 했다, 어머니에게도, 아버지 앞에서도 (다행히 임종 전 고마움과 우리 가족 걱정말라고 말했고, 아버지도 대답하셨지만)
- 요양원에 가는걸 죽기보다 싫어하셨을텐데, 그래도 아들이 보낸다고 따라 나오셨다
- 후회 그리고 다짐
- 내가 부모님을 챙겨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이전까지 전혀 하지 않았다
- 수술 후, 안심하지 않고 더 강력한 운동과 병행치료를 했어야 했다
- 건강, 의학에 대한 공부와 관심
- 아버지와 더 자주 일 얘기, 사는 얘기 하면서 지낼걸 (우리가 신경쓰는거 싫어서 그러셨기에 더 미안하고, 나도 최근에서야 가족 관련된 모든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버지의 부재 전에 모든걸 알았으면)
- 아버지가 마무리 못한 일과 가족사, 내가 깔끔하고 멋있게 해결하고 싶다
- 분노
- 현대의학의 국소적이고 파편화된 치료 방식과 담당 의사들, 건강검진 병원에 대한 분노
- 아버지가 베푼 친절과 정신적, 물직덕 도움에 고마움을 하나도 모르는 인간들
- 알게된 것들
- 무상, 사랑하는 사람의 무상을 본다는 것
- 나도 죽고 모두 죽게 되니, 오만하게 슬퍼하기 보다 내일 죽어도 후회 없을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 해결할 수 없는 것들
- 아버지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것
- 목소리 듣고 싶을 때, 아버지와 맛집 가서 술마시며 얘기하고 싶을 때, 같이 여행 가고 싶을때, 너무너무 보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